이상민 평론 모음

전시감상[김상희 작가] 단순화된 풍경 속에 담긴 '퍼펙트 데이즈’

3. 단순화된 풍경 속에 담긴 '퍼펙트 데이즈’

김상희 작가 작품감상


김상희 작가(b.1994)의 <Trimmed Landscapes> 시리즈는 단순히 자연을 그리는 것을 넘어서, 현대인이 잃어버린 안정감과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가가 여행에서 마주한 정돈된 정원들을 통해 발견한 '자연물에는 직선이 없지만 인간에 의해 직선이 생길 수 있다는 상상'은 우리에게 자연과 인위의 경계,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조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상희 작가의 작업 방식은 영감을 얻은 대상을 해체하고 단순화시켜 표현해내는 과정 자체가 작업의 핵심이다. 이는 미니멀리즘의 핵심 철학인 '적을수록 풍부하다(Less is more)'와 맥을 같이 한다. 작가는 단순화 과정을 통해 대상의 본질을 탐구하며,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화면을 통해 다양한 사유를 유도한다. 이러한 단순화의 미학은 미술사에서 색면추상의 전통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1950년대 마크 로스코와 바넷 뉴먼 같은 작가들이 형태를 최대한 단순한 모양으로 절제시키고, 캔버스를 거대한 규모로 확대시킴으로써, 때때로 순수한 색깔의 화면에서 발생하는 효과를 추구했던 것과 유사하다. 색면추상에서 힘찬 색채의 방대한 진동이 마치 대자연의 장엄함을 체험했을 때와 같은 감동을 주었듯이, 김상희 작가의 작품 또한 단순한 색면 구성을 통해 관람자에게 시간을 잠시 멈추게 하는 명상적 체험을 제공한다.


작가는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안함이지만 인간에게 불안은 필연적이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인간 존재의 본질적 딜레마를 직시한다. 이는 현대 철학에서 말하는 실존적 불안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작가는 절망에 머물지 않고 인간에게는 안정감, 균형 그리고 조화가 가장 필요하다는 희망적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한 관점은 미니멀리즘의 심리적 효과와도 맞닿아 있다. 미니멀리즘이 삶의 소음을 줄이고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며, 심리적 안정과 명료함을 제공하는 것처럼, 김상희 작가의 단순화된 풍경은 복잡한 현실 속에서 평온함을 찾아가는 피난처가 된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주인공 히라야마가 '단순하고 규칙적인' 일상을 통해 '완벽한 하루'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김상희 작가가 정돈된 풍경에서 안정감을 찾는 과정과 유사하다. 또한 히라야마는 소유할 것 외에는 바로 포기하듯이 자신의 삶에서 가져가야 할 것은 가져가고 불필요한 것은 바로 배제한다. 그런 히라야마가 반항적이고 불안정한 10대의 조카 니키에게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말하며 현재에 집중하는 모습은 김상희 작가가 단순화된 화면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의 본질을 포착하려는 시도를 떠올리게 한다. 자연과 인위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형태와 구조를 탐구하는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와 그 행동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인문학적 체험이 된다. 더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속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는 실존적 위로를 제공한다.


김상희 작가의 작품은 결국 뭐든지 붙잡고 지키려는 인간의 욕망이 풍화되어 사라져 가고, 문명의 발달로 인한 편리성이 오히려 복잡한 삶을 만들어 현대 사회에서 길을 잃어가는 우리들에게 단순함 속에서 발견되는 본질적 아름다움을 상기시킨다. 작가가 제공하는 '여백'은 각자의 경험과 사유를 투영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며, 이를 통해 관람자는 불안과 안정, 자연과 인위라는 상반된 개념 사이에서 균형의 본질을 탐구하게 된다. 이런 예술적 경험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현대인의 마음에 진정한 평안을 가져다주는 철학적 명상의 시간이 될 것이다.


김상희 작가는 2013년 호주 멜버른 공과대학에서 Interactive Digital Media를 전공하고, 2017년 성신여대 동양화과를 2020년 동 대학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19년부터 7회의 개인전과 30여 회의 단체전, 아트페어에 참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