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 변화의 임계점을 넘는 작가들

- 이상민


   '0℃'라는 온도는 상태 변화의 임계점이다. 물이 얼음으로, 얼음이 물로 변하는 지점. 갤러리0도씨라는 공간의 이름이 묵시적으로 담고 있는 의미를 생각해본다. 미대를 졸업하는 예술가들이 서서히 화단으로 진입하는 그 경계의 순간에, 이들의 작업을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전시 관람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미술생태계의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일이다.


   2026년 1월, 갤러리0도씨에서 개최된 '미술인.미대졸전.after' 전시는 이제 막 졸업하는 여덟 명의 예술가를 소개한다. 우리 미술계는 오랫동안 신진작가의 진출과 지지에 관한 구조적 한계를 마주해왔다. 졸업전시회는 그들의 첫 번째 공개 선언이지만, 이것이 곧 미술 시장으로의 입장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졸업전시 이후, 정확히는 그 이후의 시간에 무엇이 벌어지는가 하는 질문이 '미대졸전.after'라는 제목 속에 담겨 있다. 미술인과 갤러리0도씨의 이 기획은, 신진작가들의 '계속됨'을 구조화하려는 시도다.


   이번에 선정된 여덟 명의 작가들을 마주하면서 느낀 것은, 그들이 각각 매우 다른 질문을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한국 미술교육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동시대 미술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들 여덟 명의 작가를 한데 모으고, 개별 전시가 아닌 기획전으로 선정하여 공개한 '미술인'과 '갤러리0도씨'의 선택은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 신진작가는 개인의 천재성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이들의 결단이다.


   한국의 미술 시스템은 오랫동안 선택과 집중의 논리 속에서만 작동했다. 미술관, 갤러리, 비엔날레, 아트페어—이 모든 구조 속에서 '선택받은' 소수만이 화단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는가.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희망이 미술장 밖으로 배제되었는가.


   '미대졸전.after'라는 전시의 제목이 담고 있는 질문 "그 이후는 어떻게 되는가"는 한국 미술의 민주화, 더 정확히는 미술 생태계의 다층성을 구축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신진작가 한 명, 한 명의 실천적 존재가 지속될 수 있는 구조. 그들의 작업이 관람자를 만나고, 그 경험이 다시 다른 작가와 관객을 생성하는 선순환의 시스템. 이것이 바로 우리가 구축해야 할 미술 생태계다.


   지난 몇 년 간 한국의 미술계는 신진작가 지원에 관한 여러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국립미술관의 기획전, 개인 미술관과 갤러리의 노력, 그리고 미술 플랫폼의 역할을 통해 우리는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미술 생태계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 연속선 위에 있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생각해본다. 예술이라는 것이, 결국은 개인의 신념과 사회의 만남이라는 것을. 여덟 명의 예술가가 각자의 질문을 품고 화면과 설치, 작품 속에 담아낸 것들이 관객의 눈과 귀, 마음을 만날 때, 비로소 그것은 '미술'이 된다.


   갤러리0도씨의 컨셉인 '0℃' 상태 변화의 임계점에서, 이 여덟 명의 예술가들은 지금 한국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작업이 지속되고, 그들의 실천이 인정받으며, 더 많은 동료 예술가들이 이들과 함께 미술의 시간 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신진작가는 우리 미술의 미래다. 이들을 보는 방식이, 지원하는 방식이,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방식이 한국 미술의 내일을 결정할 것이다. '미술인.미대졸전.after'를 방문한 관객이 단순한 감상을 넘어, 이 시간이 지속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묻게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전시가 공간을 나간 후에도 생각하게 하는, 미술의 참된 역할이 아닐까.

 

   입체 미술의 무게를 생각한다. '클라우드 크래시'라는 이름 아래 홍익대학교 조소과 졸업생들이 펼쳐낸 2025년 겨울의 전시가 지금, 새로운 시공간으로 옮겨진다. 갤러리0도씨 2관인 AR갤러리에서 전개되는 '미술인.미대졸전.plus' 전시는, 입체 미술이 갖는 물질성과 공간성의 문제를 다시금 묻는 장이 되어 있다.


   미술 현장에서 조소(조각)의 위치는 특이하다. 회화가 화폭 위의 이미지로 존재한다면, 조소는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는 객체로 존재한다. 벽에 걸릴 수 없는 많은 조각 작품들은 따라서 전시 공간 자체와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 미술계에서 신진 조소 작가들이 마주하는 첫 번째 난제다. 졸업 이후, 그들의 작품을 어디에 놓을 것인가? 누가 그 무게를 감당할 것인가? '미대졸전.after'가 평면 회화 작가들의 지속을 구조화하는 자리였다면, '미대졸전.plus'는 입체 미술의 특수성을 직시하는 기획이다. 


   '클라우드'라는 시적 표현으로 제목지어진 홍익대 조소과 졸업전시의 개념을 생각해본다. 구름처럼 실체가 가변적이고 무게가 있으면서도 어떤 순간엔 사라져버릴 수 있는 것. 혹은 충돌(crash)한다는 의미 속에는, 물질적 실재가 공간과 부딪혀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조각의 본질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이를 'plus'라는 단어로 연장하는 미술인의 기획은, 졸업 이후의 시간에서도 이 충돌과 변화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의지로 읽힌다.


   회화 시장의 규모에 비해 조각의 생태계는 여전히 작다. 개인 컬렉터들은 회화를 더 쉽게 소유하고, 공간을 덜 차지하고, 보관과 관리가 간단한 평면 작품들을 선호한다. 미술관도 조각의 증축을 거듭 고민한다. 창작 스튜디오 또한 조각가들에게는 더 많은 공간을 요구한다.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 속에서 입체 미술 작가들은 어떻게 생존하는가? '미대졸전.plus'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술인과 갤러리0도씨가 의도적으로 마련한 이 공간은, 단순한 판매 플랫폼을 넘어선다. 그것은 입체 미술의 현재를 인정하고, 그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시도다.


   한국의 미술 시장이 외국 자본에 의해 상당부분 좌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신진작가의 지원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신진작가를 대상으로 한 전시 사기 사건들이 드러났고, 이는 예술가들의 절박함과 미술 시스템의 허약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술인의 작업은 단순한 갤러리 운영을 넘어선다. 신진작가 발굴과 지원을 직업으로 삼는 기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것은 첫째,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각 전공 분야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셋째, 창작의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모두가 '미대졸전.plus'라는 전시 기획에 담겨 있다.


   조소의 작업이란, 결국 물질을 통해 세상과 마주하는 것이다. 돌을 깎고, 금속을 용접하고, 흙을 빚으면서, 작가는 자신의 시각을 형태화한다. 그것은 회화만큼이나 복합적인 사고의 과정이자, 동시에 신체를 거쳐 이루어지는 실천이다.


   홍익대 조소과 졸업생들이 선택한 'Cloud Crash'라는 제목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그것이 긍정적인 충돌인지, 비극적인 붕괴인지, 그도 아니면 둘 다인지는 관람자의 해석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졸업생들이 물질의 충돌 속에서 자신의 예술적 질문을 던져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미술인이 그 질문들을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진작가의 지속 가능성. 그것은 개인의 재능이나 운으로만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구조의 문제다. 얼마나 많은 창작자가 미술 시스템 밖으로 탈락하고,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발휘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가. 이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미술인과 갤러리0도씨가 제시하는 답변은, 작지 않은 실행이다.